[천성이 맑으면 심신이 편안하다]

性天澄徹 卽饑식渴飮 無非康濟身心
(성천징철 즉기식갈음 무비강제신심)
心地沈迷 縱談禪演偈 總是播弄精魂
(심지침미 종담선연게 총시파롱정혼)

천성이 맑으면
배고플 때 먹고 목마를 때 마시는 모두가
심신을 편안하게 하지만
마음이 어두우면
선을 말하고 게송을 읊더라도
모두가 정신을 희롱하는 헛수고일 뿐이다.
<채근담(菜根譚)>

[봄은 변덕장이] 글: 곽혜란

봄은 
잠자는 햇살을 깨워 희롱하고 
금새 지겨워하는 변덕장이. 

치근덕 거리는 봄비와 
한껏 축배를 즐기더니 
오늘은 바람에게 가까이 오라고
추파를 던진다. 

그래야만 
야무지게 꽃을 피우고 
꽃샘추위에 꽃잎을 지킬 수 있다고. 

인생이 영원하지 않듯 
세상 어디에도 영원한 건 없다. 
봄은 알고 있음이다. 
꽃 같은 시절에 기한이 있음을. 

여바란듯, 
봄은 방탕과 변덕을 여전히 일삼고 
꽃은 드디어 도발을 시도한다.

* 곽혜란 
월간 한맥 문학 등단작가, 
월간 시사문단 작가로 활동